세탁기가 있어야 할 최적의 장소

Eunyoung Kim Eunyoung Kim
House in Belgrano, GUTMAN+LEHRER ARQUITECTAS GUTMAN+LEHRER ARQUITECTAS Kit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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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깨끗이 빨래해 준 옷을 입어만 본 사람은 모르지만, 아무리 세탁기가 다 해준다고는 해도, 매일 빨래를 하는 것은 힘든 노동이다. 그래서 세탁기가 있어야 할 가장 좋은 위치는 일단 동선이 짧은 곳이다. 옷을 갈아입고 나서 어딘가에 있을 빨래통에 집어넣고, 다시 세탁기가 있는 곳으로 빨래통을 옮긴 후, 빨래가 끝나면 다시 옷을 말리거나 다림질한 후, 각자의 옷장이나 드레싱 룸으로 옮겨 정리하는 과정을 매일 한다고 생각해 보라. 생각만으로도 벌써 땀이 난다. 그렇다고 또 동선만 고려해서 세탁기를 놓을 수만은 없는 것이, 세탁기의 급수와 배수를 위한 환경도 생각해야 하고, 집안 인테리어에 해가 되지 않도록 존재 자체가 보기 싫지 않은 시각적인 면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디에 세탁기를 놓아야 할까? 오늘은 세탁기가 놓여야 할 최적의 장소를 한 번 찾아보자.

붙박이장 안

욕실이 좁거나 드레싱 룸에 공유할 수 없는 가정에서 베란다나 다용도실 혹은 실내 자투리 공간에 세탁기를 놓을 경우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세탁기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변의 인테리어와 어울리게 문을 달아 놓으면 그 안에 세탁기가 들어있다는 것을 감쪽같이 숨길 수 있다. 사진처럼 욕실 바깥에 세탁기를 놓고 세탁기 뒤쪽으로 욕실과 통하도록 급수와 배수를 위한 호스를 연결하고 나서 예쁜 문을 달아 닫아 놓으면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실용성을 갖춘 장소로 재탄생한다. 사진은 분당의 건축사무소 호멘토(Homento)의 Skip Floor House 프로젝트의 일부로 한국 목조건축협회에서 주관하는 5-Star 인증 주택으로 선정되기도 한 곳의 모습이다.

최소한의 공간 차지

세탁기는 꼭 있어야 하는 물건이지만 눈에 띄는 곳에 있으면 미관상 보기가 안 좋은 것이 사실이다. 보기 싫어도 꼭 있어야 한다면 되도록 세탁기가 차지하는 공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눈에 덜 띄는 곳에 두면 된다. 사진은 커다란 욕실 수납장 하부에 세탁기가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 세탁기가 마치 수납장의 일부처럼 보이게 만든 점이 인상적이다. 복잡한 기하학적 디자인의 욕실 타일로 인해 세탁기가 별로 눈에 띄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인테리어의 일부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능적으로도 욕실에 위치해 있어 배수와 급수가 용이하고 샤워 후 빨랫감을 바로 세탁기에 집어넣을 수 있어 실용적이다.

꼭 필요한 장소

이른 아침에도 세탁하기 쉽도록 주방 옆에 세탁기를 놓는 가정도 있지만, 대개 욕실에 놓고 사용하는 가정이 많다. 그러나 세탁기는 정해진 위치가 없으며 생활방식에 따라 설치하는 곳이 달라진다. 사진처럼 드레싱 룸에 세탁기를 놓을 수도 있는데, 옷을 갈아입고 바로 입었던 옷은 바로 세탁기에 집어넣고 세탁한 후, 마르면 다시 옷장에 걸어 놓을 수 있기에 나름대로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드레싱 룸을 공유하는 가족만이 가능한 위치라,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가정이나 다 큰 자녀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불가능한 위치이기도 하다.

배관 고려한 위치

당연한 말이겠지만 세탁기는 급수와 배수가 원활한 위치에 설치해야 하므로 필요하다고 침실이나 아이 방 등, 아무 데나 옮겨 둘 수는 없다. 그래서 욕실이나 주방과 가까운 위치에 주로 놓는 것이 우연은 아니다. 세탁기를 설치할 때 전문가를 부르는데, 전문 기술자 입장에서 자신이 설치하기 가장 쉬운 곳에 세탁기를 놓으려고 하기 때문에 개인의 입장에서는 사실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사진 역시 보일러와 세탁기, 건조기가 모두 한곳에 모여 있는 것으로 보아 베란다나 발코니에 위치한 다용도실로 보인다.

맞춤 가구

사진은 세탁기의 크기와 모양에 맞춰 가구를 정확히 짜 맞춰 정리한 모습이다. 밝은 톤의 원목으로 프레임을 짜고 세탁기 양옆으로는 빨래 바구니와 환기구 등이 있을 곳을 고려하고 위쪽으로 수납공간을 만들어 타월이나 세제, 다리미 등을 보관하기에 알맞은 모습이다. 도어가 달린 상부에는 보기 싫은 물건도 수납할 수 있어, 다용도실에 이런 수납장이 하나 있으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을 것처럼 보인다.

컬러의 조화

사진은 옅은 브라운 컬러로 벽을 칠하고 같은 색깔로 선반을 만들어 화이트 컬러인 세탁기와 건조기와 어울리게 만들었다. 스탠딩 다리미 판과 빨래통 등이 바닥에 놓여 있고, 크기를 맞춰 짜 넣은 선반에는 필요한 물품을 정리하기에 알맞은 모습이다. 천장에 설치한 두 대의 스팟 조명이 밝은 햇살처럼 이 공간을 비춰줘 더욱 따뜻한 느낌이 든다.

습기에 강한 장소

사진은 전용 세탁실의 모습으로 넓은 창과 함께 천장에 설치된 환기구와 프로펠러형 환풍기가 모든 습기를 완전히 다 말려 버리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 같다. 세탁실의 특성상 빨래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세탁 후 빨래를 말리는 역할까지 해야 하는 공간이라 습기 방지에 많은 신경을 쓴 모습이다. 습기가 있으면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 것은 물론 빨래에서 악취가 나기도 해, 할 수만 있다면 따뜻한 햇볕 아래서 말리는 것이 가장 좋지만, 멋진 정원에 다 마르지 않은 빨래를 말리는 모습도 별로 보기 좋지 않고, 정원이 없는 경우는 이마저도 어려워 세탁실을 최대한 따뜻하고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차선책인 것 같다.

실용적인 위치

세탁기의 위치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동선이다. 가족이 많으면 빨래 바구니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많은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 힘들 수가 있다. 세탁하고, 건조하고, 빨래를 다 말린 후 다리미질을 하고, 다시 옷장이나 선반에 정리하기에 가장 짧고 편한 동선을 찾아 세탁기를 두면 주부가 일하기에 편하다. 사진은 이 모든 사항을 거의 충족시키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보인다. 세탁기와 빨래를 모아 두는 곳, 세제, 다리미, 빨래 건조대 등이 모두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어 편리해 보인다.

독립적인 장소

여러 세대가 함께 살거나 대가족의 경우에는 세탁기 하나만으로는 부족할 수가 있다. 또한, 누군가 세탁하려 할 때 다른 사람도 급히 세탁해야 할 일이 생기면 한 대의 세탁기만으로는 많은 불편을 초래한다. 그런 경우에는 사진처럼 독립된 공간에 세탁기를 최소한 두 대 이상 준비해 두고, 세탁기가 사용되는 동안 여유 있게 기다릴 수 있도록 편안한 소파나 의자를 놓아두면, 빨래하러 가는 시간에 가벼운 읽을거리를 들고 가서 시간 맞춰 기다릴 수도 있어, 그저 멍하니 벽만 바라보며 빨리 시간이 지나길 바라며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 화려한 패턴의 벽지와 바닥재로 오염물질 등이 쉽게 눈에 띄지 않아 항상 깨끗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아 보인다.

늘 있던 그 자리

마지막으로 세탁기가 있어야 할 최적의 장소는 아마 늘 있던 그 자리가 아닐까 한다. 아무리 드럼세탁기가 많이 보급되어 있다고 해도, 아직도 대다수 가정에서는 기존의 통돌이 세탁기를 사용하는 곳이 더 많고 쉽게 욕실이나 다용도실 등을 리모델링 할 형편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세탁기를 쉽게 옮기거나 세탁기가 있는 공간을 간단히 바꾸기도 쉽지 않다. 그럴 때는 그냥 원래 있던 그 자리에 그냥 두고 세탁기 주변을 깔끔히 정리해서 사용하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다. 사진은 대부분 가정에서 많이 보이는 형태의 세탁기로 기계에 습기가 차서 고장이 나지 않게 물이 직접 닿은 샤워실 공간은 샤워 커튼으로 가려주고 화장실로 사용하는 공간의 한구석에 수납을 위한 선반을 설치하고 세탁기를 놓아둔 익숙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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