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ify360˚: 다양한 장소성을 갖게 될 100년 역사의 대지—시흥리 별장

Jihyun Hwang Jihyun Hwang
homify Tropical style garden
Loading admin actions …

컴퓨터 사용 중 소프트웨어의 에러로 화면이 정지되거나 기타 문제가 생길 때 가장 보편적인 해결 방법은 리부트(Reboot: 새로 시작)다. 리부트(Reboot)라는 개념은 근래 영화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미 존재하는 영화의 개념과 캐릭터만 그대로 쓰고 나머지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리부트(Reboot)의 개념을 한 건축물의 콘셉트로 잡고 디자인 설계한 건축가와 건축물이 있다. 

이미 기존의 집이 사라진 상태라 복원의 가능성을 버리고 장소가 가진 기억과 다시 지어지는 집의 관계를 새로이 정의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공간으로 설계하겠다는 건축에서의 리부트(Reboot)를 콘셉트로 잡은, 리을 도랑 아틀리에 의 시흥리 별장을 소개한다.

Photo : ⓒ  윤준환

위치

한국의 최남단에 있는 섬, 제주도로 내려가 보자. 제주도에서도 남제주군과 북제주군의 경계에 인구수 1,100명의 작은 마을이 있다. 시흥리 마을이다. 마을 안에 들어서면 어느 방향으로 시선을 옮겨도 막힘이 없이 시원하게 시야가 뚫려있고, 동쪽으로는 우도와 성산 일출봉, 남쪽으로는 두산봉이 마을을 감싸 경관이 무척 아름다운 해맞이 마을이다. 바로 이 마을에 오늘 소개할 시흥리 별장이 있다.

외벽과 울타리

제주도는 원시 인류가 출현한 약 180만 년 전부터 시작된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섬이다. 지금도 제주도에 가면 길가 여기저기에 현무암이 잔뜩 널려있다. 화산 활동으로 마그마가 분출되면 지표에서 용암이 급속이 냉각되면서 동시에 가스는 빠져나가 구멍이 있는 돌이 되는데, 바로 그게 현무암이다. 제주도라는 느낌이 물씬 나는 이유는 바로 사진 속 울타리로 만들어진 현무암 때문이다. 무심한 듯 생긴 돌이지만 현무암 돌 하나하나 쌓아올린 정성이 보이는 울타리는 어딘지 모를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반해 바로 옆에 건축의 외벽은 옆의 현무암과 어울리면서도 잘 깎아 만든 벽돌의 느낌을 담아 마감해 주변과의 조화가 상당히 좋다.

집안의 역사를 간직한 장소

지금의 건축주는 이 터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건축주의 할아버지가 이곳에 터를 잡은 지 100년이 넘어 건축주의 가족에게는 역사가 담긴 장소였다. 재건축이 있기 전 이 대지에는 예전의 전통가옥 주춧돌과 디딤돌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고, 수령이 150년의 동백나무가 있었다.

특이사항

이곳의 대지는 별 모양과 같은 비정형인 데다가 남쪽으로는 2m 정도의 석축, 그리고 시각적으로 그다지 깔끔하지는 못한 창고를 마주하고 있어 설계 시 시각적으로 각별한 배려가 필요했다. 또한 전체대지가 약 100평인데, 건축주가 원했던 집의 평수는 10평대였기 때문에 세심한 설계 없이는 건축물이 외롭게 땅 위에 그저 올려져 있는 듯이 보일 소지가 있었다. 

입구—낮

건축가는 대지를 동일 크기의 모듈 격자로 나누고, 효율적으로 각각의 모듈이 오래된 이야기를 담으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담을 여지를 남겼다. 이는 개인 별장이지만 불특정 다수가 사용 할 가능성을 두고 설계해달라는 건축주의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지의 장소성은 과거와 현재의 일상이 겹쳐지면서 사용하게 되는 모든 사람에게 각각 다른 장소성을 갖게 될 것이다. 즉, 이 대지의 장소성 역시 리부트(Reboot)될 수 있다. 이제 사진 속 입구 부분에 주목해보자. 집으로 들어가는 디딤돌은 오래전부터 있던 돌인데 손대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어 오래된 이곳의 이야기를 느낄 수 있어 따뜻하다. 입구로 들어서는 공간이 작은 모듈로서 천장이 없는 이색적인 공간으로 디자인한 것도 눈길을 끈다. 밖을 향하는 외벽의 한 부분에 마치 창문처럼 공간을 내어 나무 살을 붙인 점도 상당히 인상 깊다. 아시아틱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주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입구—밤

밤이 되면 입구를 둘러싸는 각각의 외벽에 작은 조명이 불을 밝혀 입구를 밝힌다. 따뜻한 웜톤의 빛을 사용해 공간에 들어서는 사람에게 기분 좋은 안락함을 선사한다. 디딤돌을 남겨두어 더 따뜻한 공간이 됐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내부 정원과 이어진 발코니

실내에 방 1개와 거실, 주방, 화장실이 있는 작은 별장에 거실에서 내부 정원과 이어질 수 있는 발코니가 있다. 발코니로 나오면 오른쪽에 작은 평상과 오래된 나무가 눈에 담겨 다시 한 번 대지의 오래된 이야기를 담아낸다.

완공

저예산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였지만, 마음을 담은 디자인으로 좋은 완성도로 완공되었다. 밖에 인위적으로 심은 세 그루의 작은 나무와 외벽의 회색, 입구 쪽 외벽 창문으로 드러나는 따뜻한 노란빛이 자아내는 조화가 아름답다.

Need help with your home project?
Get in touch!

Highlights from our magazine